21세기형 도전

스콧과 아문센의 남극점 도달로부터 97년,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이후 81년, 힐러리경의 에레레스트 등정이 성공한지도 5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도전과 모험의 시대는 지난 세기의 유물로 여겨진다. 무산소등정, 도보횡단, 3극점 정복 등으로 조건만 가혹해질 뿐,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연 모든 지리상의 발견은 종결되었는가? 더이상의 모험은 없는 것인가? 영웅의 시대는 정녕 흘러간 것일까?


물론 지금 이 순간, 21세기에도 도전의 대상은 널려있다. 암정복은 아직도 요원하고, 핵융합 발전도 성공이 쉽지않아 보인다. 지구촌의 수많은 분쟁도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밖의 수많은 도전들 중에 과거 지리상의 모험과 그 형식과 내용에서 유사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동호인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만이 정상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베이스캠프에는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또 히말라야 등정에서의 세르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들도 있다. 가혹한 도전으로 좌절도 있지만 이를 넘어선 자에게는 명예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바로 블리자드사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다. 게임이라니 벌써 안경에 색이 들어차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당연히 모든 컨텐츠가 그런것은 아니다. 저급한 쾌락, 무의미한 반복으로 인한 시간낭비적 요소도 있다. 오직 하나, 궁극의 악을 소멸시키기 위한 위대한 모험의 여정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모험의 시대를 흥미롭게 만들었던 여러 요소들이 이 여정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

첫번째 확장팩이 공개된 현 시점에서는 또다른 악으로부터 핍박을 받아 황량한 아웃랜드에 숨어있는 알리단이라는 엘프가 궁극이 악을 담당하고 있다. 일단 여정이 쉽지않다. 레벨을 올리고, 일리단의 갑옷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는 무기를 구한 뒤, 베이스캠프에서 그를 목표로 하는 스물 다섯으로 구성된 팀에 함류하기까지 한달이 훌쩍 넘어간다. 아마추어 등반가가 프로가 되어 가혹한 설산에의 도전을 결심하기까지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팀이 결성됐으면 역할을 분담하고, 호흡을 맞춰봐야 한다. 이 역시 수개월의 과정이다. 등정팀이 팀원마다 각각의 임무를 부여함과 비슷하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정복의 역량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최고의 명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경쟁자라는 장애물이 그것이다. 스콧과 아문센의 남극정복, 구소련과 미국의 달탐사처럼 일리단을 최초로 정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일등과 여타 등수를 가른다. 스물다섯의 모험가가 황량한 아웃랜드에서 수개월을 해멘끝에 그 극점에 도달한 순간 그곳이 이미 처녀림이 아님을 발견했을때 밀려올 허탈감은 스콧의 그것에 비할만 할 것이다.

물론 과거의 지리적 모험들과 그 본질이 완벽하게 일치하는것은 아니다. 도전의 객체를 누가 창조했느냐는 물음 앞에서 WOW의 모험가들은 다소 멋적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더이상의 오지는 없다는 21세기, 인조 극점의 가치를 마냥 폄훼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아웃랜드의 일리단은 얼마전 정복되었고 따라서 최초라는 명예도 이제는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일리단마저 차상위 악으로 규정지어버린 눈덮인 노스랜드의 또다른 악, 아서스가 곧 등장한다고 한다. 과연 노스랜드 최초의 정복자는 누가 될 것인가?

<참고>
일리단 스톰레이지는 국내시간으로 2007년 6월 6일 오전 1시경 유렵의 유명 레이드길드 Nihilum에 의해 전세계 최초로 공략되었다.
확장팩이 공개된지 4개월 만이다.

by parksid | 2008/03/04 12:0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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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영찬 at 2008/03/06 12:38
형 게임좀그만해.
Commented by parksid at 2008/03/07 08:59
진짜배기 모험가들은 목적에 집중하지 이렇게 기록 따로 안남긴다.
내가 가짜란 예기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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