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연의가 아니라 정사한국사가 필요한때

뉴라이트 단체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출간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개선해보겠다는 그들의 시도가 언론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편향된 시각으로 논쟁을 펼치다보니 견해차를 좁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논쟁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해결책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60년사를 역사적 모순이 증폭된 과정으로 서술하는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집필을 주도한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말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남한만의 정부라는 이유로 실패라고 규정한 것이나, 새마을운동을 격하하면서 천리마운동에 후한 점수를 준 기존 교과서의 서술이 친북좌편향 적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새 교과서는 실증주의에 입각한 역사 재해석을 거쳤다고 한다. 경제성장에 관한 통계수치에 의존해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재구성한 결과 일제시대나 박정희 정권의 긍정적인 면들이 부각되게 됐다.

'교과서 포럼'에 대한 언론들의 우려도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출발한다. 근대화 달성을 자유나 민주화 같은 다른 가치보다 지나치게 위에 둔 나머지 실용주의적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왜곡이 일본 극우논리나 박정희 신격화와 같은 변질된 주장으로 연결될수도 있다는 서술도 눈에 띈다.

'대안교과서'와 현행교과서라는 선들이 끝없는 평행을 이루고 있는듯이 보이지만 적어도 한군데 접점이 있다. 역사에는 의미가 있고 또 진보하고 있다는 칸트식 해석이 이에 해당한다. '교과서 포럼'의 입장은 분명하다. 일제시대와 박정희 정권의 공으로 경제가 발전해서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 발전을 의미하고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역사도 이런 발전 단계를 밟게 된다는 견해이다. 이른바 친북좌익 성향이라는 기존 교과서에서는 역사 발전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증진으로 보고있다. 지난날 외세 강점과 군부 독재로 역사 발전이 심각히 저해되기는 했지만 일련의 직접투쟁으로 이를 극복했고 이것이 역사 발전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누가 역사발전을 이끌어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서로 자기라며 주장하고 싶은 속내가 이번 교과서 전쟁에서 드러났을 뿐이다. 

그러고보면 해결책은 간단해 진다. 교과서에 정말로 사실만 기술하는 것이다. 일제시대가 총칼에 민족이 억압된 시기라거나 5 16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견해를 서술할 필요도 없고, 경제성장에 관한 통계자료에 저자의 친절한 해석을 곁들여서도 안된다. 자료만 제시하고 해석은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정 못미더우면 윤리, 경제 등의 교과서를 개편해 학생들이 역사 해석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하면 된다.

한정된 지면에 사실을 선정한다는 것부터 객관적일 수 없다는 역사적 실증주의에 대한 고래의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편향된 견해를 직접 주입시키는 것보다야 폐해가 적을 것이다. 선정 과정에서 나올 개별 사실들에 관한 논의가 이념이 덧칠된 현재의 논쟁보다 생산적임도 분명하다.

같은 사건도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요즘처럼 다원화된 시대에 특정 세력의 편향된 견해를 모든 국민들에게 주입시키려고 계획하는 세력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필요한 사실을 개인이 유용하게 해석해서 활용하면 그만이다. 일부 학자들이 새시대 촉한정통론에 입각해 대한민국판  삼국지연의를 쓰려고 하는 모양인데, 재미마저 없을것같다.

by parksid | 2008/03/26 18:11 | 고척정경숙(政經塾)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parksid.egloos.com/tb/181469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찬물녹차 at 2008/03/26 18:35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촉한정통론은 삼국지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촉빠가 될 수밖에 없다는게 현실이라서;;(연의야 재미만 있으면 되니 상관없지만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