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는 아무나 파나, 삽질이라도 할 줄 알아야

얼마전 유출된 국토해양부의 문건 하나가 대운하 논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착공시기까지 명시된 문건을 두고, 인기없는 정책을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과 여당의 입장을 총선공약에 명문화할 것이 여러 신문지상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대운하건설의 기술적인 측면과 국토에 미칠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해 볼때 이와같은 해결책은 정답이 아니다.



 알려진대로 대운하의 규모나 그 경제적, 생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멀쩡한 국토를 두동강이 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적일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외에 비전문가가 실질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전문적인 의견은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최대의 난관이라는 조령터널의 가능성이나, 운하의 경제성,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이 대운하 착공을 결정짓는 요소들인데 전문지식이 없고서는 이를 평가하기가 쉽지않다. 국민 여론 조사의 결과가 이런 요소들에 영향을 줄리가 없고,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견해에 어떤 권위가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모임'이라는 단체에서 권위를 빌려와 원하는 주장을 펼치려는 시도도 보인다. 대운하에 관한 전문적 지식인의 모임이라면 모를까, 지성과 양심의 상징인 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에서 실용적인 의의를 찾고자 한다면, 순수한 애국심의 발현에서 표출된 수많은 네티즌의 주장 또한 그보다 무게가 못하지 않다.
 
 국토해양부에서 유출됐다는 문건을 밀실정책의 표본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정도 규모의 사업에 행정적인 처리절차를 구성해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관료들의 안이함만 드러내는게 아닐까? 행정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한 결과물이 이번 문건이다.

 대운하와 관견해 일련의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 많은 의견들이 순수한 애국심이나 국토사랑의 마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무작정 무시하기에도 감정상 쉽지않다. 그럼에도 대운하 논쟁의 결론은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평가해 내려야 한다. 수년전 미국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진화론과 지적설계론에 관한 재판은 당대 최고 권위의 생물학자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진행됐었다. 대운하가 이보다 더 추상적인 문제인지 생각해볼 때다.

by parksid | 2008/04/01 18:01 | 습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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