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중성자별의 진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곽모 선생님은 초임이라서 그런지 강의가 약간 서툴렀다. 게다가 출제한 시험문제도 다소 정제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곤 했다. 생소하기까지 했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지구과학 첫 시험의 경우 90정 이상의 점수, 즉 "수"를 획득한 학생이 타 과목에 비해 놀랄 정도로 적었다. 지금 보다야 덜하지만 그때도 다들 내신성적에 민감했는데 상대 평가만도 못한 시험 결과를 본 학생이나 학부모가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그래도 아직 교권까지는 무너지지는 않은 시기, 군사부일체라는 옛 성현의 말을 돛삼아 곽모선생님의 지구과학호는 학기말까지 나름대로 순항하나 싶었다.
그런데... 결국 기말고사 시험 문제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객관식 문제 거의 마지막 부분에 태양의 질량과 중성자별, 블랙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별이 늙으면 태양 질량의 10배 가량에서는 중성자 별이, 수십배에서 수백배 범위에서는 블랙홀이 생성된다는 교과서의 구절로 문제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문제는 대략 "태양 질량의 17배인 별이 무엇으로 진행할까?" 였다. 백색왜성 등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들 중성자별과 블랙홀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실측이 어려운 천체물리학의 특성상 교과서 진술도 두리뭉실 한데다가 문제에 제시된 배율마저 애매했다.
곽선생님의 정답은 블랙홀, 당연히 중성자별을 택한 학생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중성자별의 범위가 다르게 제시된 문헌의 제시를 비롯해서,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의 조교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성자별도 답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온 친구도 있었고, 심지어 아폴로박사라고 불리던 조경철박사에게 메일을 보낸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곽 선생님은 놀랍도록 완고한 태도를 보이면서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교사와 학생들간에 수업 방식에 대한 철학이나 두발제한에 대한 이견 등은 있을 수 있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에 차이가 생겨버린 것은 또 처음이었다. 게다가 성적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때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곽 선생님과의 마지막이었고... 1년 뒤 함께 항쟁하던 친구들과도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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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후, 군 전역 후 처음 참가하는 동창회에서 나는 경악할만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 당시 중성자별을 선택하고도 점수를 받은 녀석이 있다는 정보였다. 중성자별 사태때 가장 치열하게 친구였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좌중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기 시작했다. 곽선생님은 그를 따로 불러 너만 맞게 해 줄 테니 영원히 함구하라는 조건을 제시했었고 그는 승낙했다. 그 친구는 입대중이라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었다.
사회가 안정되고 생활이 단조로워 쳇바퀴 도는듯한 인생이지만 때로는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있다. 이 수년에 걸친 진실의 은폐 역시 해당자들에게는 놀랍기 짝이없는 사건이었다. 이 스토리는 가장 감동적인 문학작품들이 차용하던 모티프기도 하지 않은가! 일신의 안녕을 위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기 집단의 안녕을 위해 진실을 담보로 메피스토와의 계약이 이루어져 왔다. 비근한 예로 ROME이라는 외화 시리즈를 보면 내전 후 퇴역 군인들에게 척박하기 짝이없는 도리아 땅을 주면서 사령관들에게는 비밀리에 돈을 쥐어주고 불만을 잠재우는 카이사르의 모습이 나온다.
최근 과거사조사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 옛일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조사해 밝혀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중성자별의 추억을 돌이켜 볼때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사건이 자신과 관련있다면 진실은 돈과도 바꿀수 없다.
당시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곽모 선생님은 초임이라서 그런지 강의가 약간 서툴렀다. 게다가 출제한 시험문제도 다소 정제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곤 했다. 생소하기까지 했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지구과학 첫 시험의 경우 90정 이상의 점수, 즉 "수"를 획득한 학생이 타 과목에 비해 놀랄 정도로 적었다. 지금 보다야 덜하지만 그때도 다들 내신성적에 민감했는데 상대 평가만도 못한 시험 결과를 본 학생이나 학부모가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그래도 아직 교권까지는 무너지지는 않은 시기, 군사부일체라는 옛 성현의 말을 돛삼아 곽모선생님의 지구과학호는 학기말까지 나름대로 순항하나 싶었다.
그런데... 결국 기말고사 시험 문제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객관식 문제 거의 마지막 부분에 태양의 질량과 중성자별, 블랙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별이 늙으면 태양 질량의 10배 가량에서는 중성자 별이, 수십배에서 수백배 범위에서는 블랙홀이 생성된다는 교과서의 구절로 문제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문제는 대략 "태양 질량의 17배인 별이 무엇으로 진행할까?" 였다. 백색왜성 등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들 중성자별과 블랙홀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실측이 어려운 천체물리학의 특성상 교과서 진술도 두리뭉실 한데다가 문제에 제시된 배율마저 애매했다.
곽선생님의 정답은 블랙홀, 당연히 중성자별을 택한 학생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중성자별의 범위가 다르게 제시된 문헌의 제시를 비롯해서,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의 조교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성자별도 답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온 친구도 있었고, 심지어 아폴로박사라고 불리던 조경철박사에게 메일을 보낸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곽 선생님은 놀랍도록 완고한 태도를 보이면서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교사와 학생들간에 수업 방식에 대한 철학이나 두발제한에 대한 이견 등은 있을 수 있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에 차이가 생겨버린 것은 또 처음이었다. 게다가 성적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때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곽 선생님과의 마지막이었고... 1년 뒤 함께 항쟁하던 친구들과도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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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후, 군 전역 후 처음 참가하는 동창회에서 나는 경악할만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 당시 중성자별을 선택하고도 점수를 받은 녀석이 있다는 정보였다. 중성자별 사태때 가장 치열하게 친구였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좌중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기 시작했다. 곽선생님은 그를 따로 불러 너만 맞게 해 줄 테니 영원히 함구하라는 조건을 제시했었고 그는 승낙했다. 그 친구는 입대중이라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었다.
사회가 안정되고 생활이 단조로워 쳇바퀴 도는듯한 인생이지만 때로는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있다. 이 수년에 걸친 진실의 은폐 역시 해당자들에게는 놀랍기 짝이없는 사건이었다. 이 스토리는 가장 감동적인 문학작품들이 차용하던 모티프기도 하지 않은가! 일신의 안녕을 위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기 집단의 안녕을 위해 진실을 담보로 메피스토와의 계약이 이루어져 왔다. 비근한 예로 ROME이라는 외화 시리즈를 보면 내전 후 퇴역 군인들에게 척박하기 짝이없는 도리아 땅을 주면서 사령관들에게는 비밀리에 돈을 쥐어주고 불만을 잠재우는 카이사르의 모습이 나온다.
최근 과거사조사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 옛일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조사해 밝혀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중성자별의 추억을 돌이켜 볼때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사건이 자신과 관련있다면 진실은 돈과도 바꿀수 없다.
# by | 2006/12/25 21:05 | 고척정경숙(政經塾)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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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망이다 ㅡㅡ
그걸 믿었다는게 더 어이없다
여하간 진실이 규명되었으니 화 푸시게